오랜만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매튜 매서가 지은 사이버스톰 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스노우 맨과 비슷한 표지에 비슷한 두께에 한 번 꺼네 조금 읽어보았다. 이제 산소와 같이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지만 그 소중함을 잘 모르게 된, 인터넷, 전기, 난방, 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이 불능이 된 도시에서 살아남는 이야기의 SF 소설이다.
매튜 매서는 사이버스톰을 만들 기 전, 컴퓨터 나노기술 부터 유전체학, 사이버보안, 고도의 날씨 예측 시스템이 이르기 까지 여러 과학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SF 소설을 쓰게 된 것도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 아닌 가 싶다.
책의 이야기만 놓고 본다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인터넷 문제로 인한 사회기반시설인 전기 난방 수도 등이 불능이 되면, 아~ 정말 저럴 수 도 있겠구나, 하는, 내가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사실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마이클과 그의 주위 인불들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을 한 것이 아닌가? 했다.
우선, 주인공인 마이클은 뛰어난 가문의 부잣집 딸과 결혼한 남자로,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고, 귀찮거나 조금의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려 하는, 자기몸은 엄청 아끼는 그런 성격의 평범한 남자이지만, 책에서 그의 성격은 주위 이웃의 일이라면 다 알고있는 오지랍이 넓은 성격으로 보인다.
마이클의 친구 척의 경우, 이러한 재앙이 올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이 평소 비상물품을 모으고, 커다란 트럭, 비상식량과 방공호도 준비를 한 남자이다. 물론 가끔 TV에 지구 종말에 대비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하더라도, 소설 후반부에 그의 활약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
맨해튼에서 빠져나와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긴 후, 괴한의 습격을 받아 산탄총에 맞았지만, 방탄조끼를 입고있어 살아 남는다.
물론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 방탄조끼도 부자연스럽다. 병원 자원봉사를 하던 중 우연히 몇마디 말을 섞은 경찰로 부터 받았는데, 그런 비상상황에서 그 경찰과 말한번 섞었다고, 맨해튼에서 빠져나가고 방탄조끼까지 받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이 두사람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는 척척박사인 빈스와 자신의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마이클 부부와 척 부부를 지켜주다 총에 맞고 죽은 토니까지 메인 캐릭터들은 마치 사기캐릭터 같은 이미지였다.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그럴 수 밖에 없겠다 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 있음직한 일을 꾸며쓴 허구 이야기"라는 소설의 정의를 본다면, 소설의 주 이야기인 인터넷, 전기, 난방, 수도 가 불능이 된 상황은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 싶지만 그 상황을 진행해 나가는 그런 캐릭터는 있을 수 있는 인물일까 생각이 된다.
책에서 조금 깊게 생각해 보게된 구절이 있다.
"요지는 이거야, 요즘 사람들은 스물일곱살 짜리가 달 착륙은 커녕 햄버거를 제대로 구웠다고 해도 안믿어, 뭐좀 해 보려고 하면 백만 개나 되는 위원회의 검사와 조사를 거쳐야 돼. 우린 더 이상 어떤 위험도 감수하려고 들지를 않아. 위험에 대한 욕구가 없다는게 이 나라를 죽이고 있다고."
"개인적인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우릴 위해 대신 위험을 감수해 줄 사람들의 손에 우리를 다 맡겨버리게 된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우리가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는 거고요"
위 글을 읽으면서 뜨끔하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 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하나가,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하면 회사를 관둘 수 있을까? 나도 이런 사업한번 해 볼까?"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위에서 말하는 것 처럼 나는 아무런 위험을 감수하려하지 않으면서 잘 되기만 바랬던 것 갔다.
SF 소설을 읽다가 이런 생각까지 한 것이 조금 우습기는 하지만 아무튼 재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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